나는 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가?
저는 미술 과목에서 '미' 이상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실력도 없었고, 노력도 안 했지요. 아니, 처음엔 노력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좌절을 겪으면 쉽게 딛고 일어나기 어려운 법이겠죠. 대학교 들어와서까지 저는 미술엔 완벽히 소질이 없었습니다.그런데, 어쩌다 그림을 그리게 되었을까요? 저는 확실히 기억을 합니다. 제 게임 세계관에 사용할 캐릭터 일러스트가 필요했는데, 아무리 그려 줄 사람을 찾아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거의 10년만에 간신히 한 명 찾았던 것 같긴 하지만, 그 분의 그림체는 제가 상상했던 것과 전혀 달랐습니다. 뭐랄까, 오버 스펙이었다고 할까요? 너무 자세히 실사처럼 그려 주셔서 부담이 되더군요. 제가 그리는 캐릭터들은 동물 의인화 캐릭터(수인이라고 하나요?)들입니다. 이런 종류의 캐릭터는 실사에 가까울수록 몬스터가 되어 버립니다.
결국 제가 스스로 그려버리리라 생각하고 타블렛을 산 게 2005년 초입니다. 군대 제대하고 바로 구입한 것이죠.
그래서, 내 첫 캐릭터는...
아래 그림은 제가 타블렛을 사용하던 초기의 그림입니다. 포케님은 뭐 '노상에서 벌거벗은 기분'이라고 하시는데, 뭐, 저는 괜찮... 습니다... (근데 왜 손이...)2005년도 그림은 저장된 게 없네요. 위 그림들은 2006년 8월과 10월자 그림들입니다. 음, 지금 봐도 나름대로 괜찮... (지 않아!!!)
흠흠, 하여튼, 요맘때에 아마추어 일러스트레이터들이 활동하는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us.vclart.net인데, 사이트의 CGI는 아주 끝내주게 허접하죠. 하지만 동물 의인화 캐릭터를 그리는 아티스트들이 모이는 곳으로는 세계 최대규모의 사이트였습니다.(지금은 furaffinity.net이 더 크다고 합니다)
참고로, us.vclart.net과 furaffinity.net은 비회원도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비회원상태로 1년 좀 넘게 그림들을 보면서 따라그려보았죠. 이 때는 따라그리는 것도 무척 힘들었습니다.
저 그림들은 아마도 제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한 최초의 그림일 겁니다.
어쩐지 발전하긴 하던데요
미술에 '미' 맞던 놈이 자기 좋아서 그림 그리는 상황은 상상도 못 했지만, 그 상상도 못 할 일이 2006년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그간 틈틈이 미술 이론서라든지 만화그리는법이라든지 각종 잡학도서들을 읽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뭐 '사람들은 손이 작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손은 얼굴크기만하다' 같은 문장은 확실히 도움이 되긴 했습니다.저는 종이에 그려본 적은 한 번도 없고 처음부터 타블렛으로만 그린 좀 기형(?) 아티스트입니다. 지금도 종이에 그리라고 하면 2005년도 실력으로 그리게 됩니다. 타블렛 펜하고 연필하고는 전혀 다른 도구인가봐요^^;
저의 그림을 보고 지적해 준 사람은 지금껏 거의(아무도?) 없었습니다. 뭐 '잘그리네요' 정도의 코멘트는 받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건 저를 기쁘게 만들지언정 실력 향상에는 도움이 안 되는 글이죠. 하지만 저는 저 자신이 만족할 만한 퀄리티를 원하고 있고, 아직도 그 단계까지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제가 원하는 퀄리티는 이 정도 되는 그림입니다.
뭐, 이거 그리신 분은 진짜 프로 만화가인 듯 합니다. 어쩌면 죽어도 못 따라잡을 수도 있죠.
저의 현재 실력은 아래 그림 정도입니다.
좀 그림이 야시꾸리한데... 어쨌건 이게 블로그 공개 가능한 그림 중에서는 가장 최신판입니다.
그럼 당신은 블로그 공개 불가능한 그림도 그리느냐... 네. 그립니다. 요런 그림은 제가 어딘가 다른 사이트에 올리고 있지요. 하지만 혹여 찾아내셨다고 하더라도 그냥 조용히 보고 나오셔요. ^^;
구도라든지, 원근법이라든지 그런 건 저는 전혀 모릅니다. 저는 GIMP의 편집 능력을 활용해서 작아 보이면 크게 만들고, 비뚤어져 있으면 회전시키고 하면서 '내 눈이 옳다고 말할 때까지' 수정하고 수정하면서 그림을 그려나갑니다. 종이에 연필로 그리면 지우개 두세 개는 없어졌을 일을 CG로 하니까 간단하게 되더군요. 여전히 저는 한 번에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리지 못합니다. GIMP의 편집 능력과 레이어 기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그림을 그립니다. 구도? 만들다 틀리면 수정하지요.
기술자의 길, 예술가의 길
2005년 이전에는 '기술자의 길, 소설가의 길' 정도 했을 겁니다. 그러다가 그림도 그릴 수 있게 되면서 좀 더 포괄적으로 바뀌었죠. 요즘 몇 년간은 소설을 쓰질 않아서 실력은 완전히 리셋 상태이지만, 아마 필받으면 또 쓰게 될 겁니다.저의 본업은 프로그래머. 아니 멋지게 말해서 프로그래머이고 사실은 코더입니다만, 뭐 어쨌든 컴퓨터의 언어로 컴퓨터와 대화하는 사람입니다. 포케님께서는 주력이 그림 쪽으로 완전히 옮겨가신 듯 하지만 저는 그 정도는 아니네요. 그래서 3년 반이나 되도록 아직도 실력이 별로 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옷 그릴 줄 몰라서 헤매고 있고, 캐릭터 감정표현은 두세 가지로 제한(정말 극도로 제한)돼 있고, 자세 역시 다른 사람 그림에서 포즈를 훔쳐오는 게 아니면 복잡한 표현을 못 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스토리 있는 만화는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다양한 감정표현과 다양한 자세를 소화할 수 있어야 되는데, 저는... 백지거든요!
글쎄요. 앞으로 1년 정도 더 지나면 이런 것들을 잘 할 수 있게 될까요? 아니 2년? 모르겠습니다. 저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먹고사는 것에 집중을 해야 하니 점점 빡빡해져가는 느낌입니다. 고3이 최대치였긴 하지만 앞으로 몇 년 더 지나면 고3 스케쥴을 능가하게 빡빡해질 것 같은 기분입니다.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의 특성이기도 하지요. 밤새고 새벽에 퇴근하는 게 정시퇴근이고, 자정 전에 퇴근하면 조퇴. 뭐 이런 마인드로 일하는 분아라서...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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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미술 대회에서 입상한 것이 전부인 듯 싶습니다.(순전히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고전미술이라고 한다면 저는 지금도 흥미가 없는 듯 싶군요. ^ ^;
학창 시절에서도 초등학교 저학년때 소년조선일보(아 정말 싫은^ ^
사실 소질이라는 것은 굉장히 특이한 케이스에 한정한다고 생각합니다.
타고 났다는 말인데 물론 간혹 타고난 분들이 계시지만 대부분은 피나는 노력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이 분야를 지망하는 분들이나 현직에 종사하시는 분들도 많이 만나보았는데 많이 알아보고 꾸준히 노력하는 분일 수록 높은 경지에 올라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노력한 만큼'이라는 말이 몸소 와닿게 되었습니다.
이 쪽 세계에 입문하게 된 시기는 김현식님이나 저나 비슷한 것 같군요. 저도 군대를 기점으로 생각이 바뀌었으니까요.
즐겁게 그리면서도 한편으로는 노력한 것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면 아쉬운 감정이 드는데 노력도 노력이지만 많이 알아보는 것, 자기만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것도 실력향상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닳은 것도 최근의 일입니다.
그림을 본능으로 그리는 것은 이미 프로만의 일이고 배우는 단계에 있어서는 모든 것이 이론으로 이루어져야 프로의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는 거죠.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면서 느낀거지만 대충 '감'으로 그린 그림은 10이면 10. 밸런스가 맞지 않습니다.
그림의 전체를 놓고 봤을 때도 잘 모르겠어서 얼버무려 그린 부분은 10이면 10. 틀린 부분이 되었고 말이죠.
제가 생각하고 있는 이론은 프로의 머릿속에 있는 이론의 100분의 1에 지나지 않을겁니다.
노력도 노력이지만 방법도 중요하고 잘못알고있던 고정관념으로부터의 탈피도 중요합니다.
순수미술중 초상화 입문서에 가깝지만 종합적으로 통용되는 미술적 이론을 잘 해석해 놓은 책으로 베티 에드워즈 박사(Betty Edwards)의 오른쪽 두뇌로 그림그리기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자세한 설명은 조만간 제 블로그를 통해서 올리겠습니다.)
아... 이제 백업하고 윈도우를 재설치해야겠습니다.(주요 파일이 손상된 모양입니다. orz)
저 포케님. 죄송하지만 '깨닳음' 이 아니라 '깨달음'입니다.
소설 같이 긴 글은 별로 써보신 적이 없으시죠?
워드프로세서의 맞춤법검사기의 도움을 받으면 많이 교정됩니다.